기체크로마토그래프(GC)나 액체크로마토그래프(HPLC)를 이용하여 시료를 분석하고자 할 때 시료 자체를 GC나 HPLC에 직접 주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실험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GC, HPLC 등 크로마토그래프 분석 장비의 절대 감도가 낮아서 시료를 기기에 직접 주입하여 분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때는 용질(분석 물질)의 양은 그대로 유지한 채 용매의 양을 감소시킴으로써 분석 물질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농축 과정을 통해서 해당 분석 기기에서 분석하기에 적합한 시료로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용매를 휘발시켜서 농축해야 하므로 분석 물질이 휘발성 화합물이면 용매와 함께 휘발되어 양이 변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둘째, 분석 물질의 머무름시간이 매트릭스 성분과 겹치거나 크로마토그램의 바탕 선(base line)이 높게 나타남으로써 정량 분석이나 정성 분석이 곤란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정제(clean-up) 과정을 통해서 바탕 선을 깨끗하게 함으로써 분석 물질이 매트릭스 성분과 구분이 가능하게 되어 크로마토그래피 분석이 가능해진다.
셋째, GC/MS나 LC/MS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경우에 질량 분석기의 이온화원에서 분석 물질의 이온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염(salt)이나 완충 용액 등에 의해 방해를 받아 분석 물질의 이온화가 잘되지 않아(이온 억제, ion suppression) 분석이 곤란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비휘발성 염이나 완충 용액을 만들었던 화합물을 정제 과정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
넷째, 사용하는 크로마토그래프의 검출기에서 검출이 안 되거나 감응이 약한 경우에 분석 감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시료 전처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실험실에 보유하고 있는 장비가 HPLC/UV-Vis 시스템인데, 분석하고자 하는 물질에 발색 단(chromophore)이 없어서 UV-Vis 검출기가 장착된 이 장비로는 분석이 곤란할 경우가 있다.
이때는 분석 물질에 선택적으로 발색 단을 붙여서 분석이 가능하게 하거나, GC로 분석하기에는 분석 물질의 극성도가 크고 비 휘발성 물질인 경우에는 극성 작용기에 휘발성 작용기인 TMS(trimethylsilyl) 등을 붙여서 극성도를 줄이고 휘발성 있는 물질로 만들어서 분석을 용이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유도체화(derivatization)라고 한다.
다섯째, 크로마토그래프의 종류에 따라 시료를 주입할 때 사용되는 용매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시료 전처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GC의 경우는 고온에서 작동되므로 컬럼에 수분(물)이 포함되면 컬럼 정지상을 손상시킨다. 이 때문에 수용액 시료나 수분이 미량이라도 포함된 시료를 곧바로 GC에 주입해서 분석하면 안 된다.
또한 실험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HPLC 시스템은 역상 크로마토그래피 시스템이다. 즉 정지상은 무극성이며 이동상은 극성인 용매 시스템을 사용해서 이동상의 극성도를 변화시켜 화합물들을 분리시키거나 머무름시간을 조절하게 되는데, 물과 유기 용매인 메탄올 또는 아세토나이트릴이 이동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메탄올과 아세토나이트릴은 물과 완전히 섞여서 이동상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물과 섞이지 않는 헥세인이나 다이에틸 에터 등을 유기 용매로 사용하면 이동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HPLC에는 적합하지 않은 용매이다.
따라서 수용액 중에 있는 분석 물질을 GC로 분석하고자 할 경우에는 유기 용매 상(phase)으로 분석 물질을 이동(추출)하여 분석해야 하며, 헥세인을 비롯한, 물과 섞이지 않는 유기 용매에 녹아 있는 분석 물질을 HPLC로 분석할 경우에는 물이나 메탄올 등 HPLC의 이동상과 잘 섞이는 용매 속으로 분석 물질을 이동(추출)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시료 전처리 과정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 목적에 따라 절차, 시간 방법 등이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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